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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11.30
금감원의 감시 강화, 지속 가능한 가상자산 시장을 위한 조건
변호사
금융감독원이 “시장감시 능력 제고를 통한 불공정거래 조기 적발”이라는 정책 기조를 발표한 것은, 기존의 수동적 대응에서 탈피하여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선제적 규율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전통적 증권 규율과 다른 가상자산 거래 행태를 인식하고, 이를 감독하기 위한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재정립을 예고한 조치다.
금감원이 제시한 불공정거래 행위 예시(API 기반 대량 고가 매수 주문 등)는 실제 행정 집행의 기준을 구체화하려는 시도지만, 법률적 측면에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과 입법적 뒷받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행정지침 수준에서 이뤄지는 불공정거래 행위 규율은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따라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집행력과 법적 안정성 모두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금감원이 주목한 최신 불공정거래 수법—대표통장, 가상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 SNS 기반 투자 권유, 보험사기형 투자—은 기존 증권 규율 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 가상자산을 이용한 거래는 글로벌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익명성과 비인가 거래소 사용 비율이 높아 거래 주체 추적 및 의심거래 유형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응해 금감원은 AI 및 빅데이터 기반의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유형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AI의 탐지 결과가 실질적인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증권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법 판단, 즉 가상자산특별법 또는 기존 자본시장법의 정비가 전제되어야 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효과적인 처벌과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대한 명확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가상자산특별법 등을 통해 거래행위별 구성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감독당국 단독의 행정규율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기반 자율규제 기준을 수립하고, 불공정거래 탐지 시스템 공유, 리스크 예측 등에서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20~30대 투자자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단속보다는 투자자 교육 강화와 SNS 투자 권유에 대한 명확한 규율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사후 처벌을 넘어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근본적인 대응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거래소 및 해외 기반 프로젝트에 대한 감시·조사에는 국내 감독당국 권한이 미치기 어려운 만큼, 해외 규제기관과의 정보공유 및 공동조사 체계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첫 시도로서 방향성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입체적 전략이 요구된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정립 및 불공정거래 처벌 근거의 입법화
기술 기반 맞춤형 규제 설계
산업계 협력 및 자율규제 체계 구축
국제적 공조 체계 확립
투자자 교육과 예방 중심 접근 병행
결국,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규제 목적은 단순한 시장 위축이 아닌,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제고, 그리고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있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법제·시장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밀 규제 체계 구축에 힘써야 하며, 업계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균형 잡힌 규제정책의 실행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