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증권사 시스템 오류에도 불구하고 관련 피해보상 절차가 증권사별로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산 오류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화면 캡처나 녹취 등의 자료를 스스로 준비해야한다는 점 역시 피해 보상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장애가 발생하면 증권사별로 피해액을 산정하는 개별 방식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민원 및 피해보상을 신청하면 사측이 개별적으로 피해액을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HTS·MTS와 관련해선 모범규준이 마련된 것이 없고 관련 제도를 다루는 부서가 없다"며 "증권사별로 각자의 기준으로 보상을 진행하고, 금감원이 제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각사마다 기준이 달라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부실하며, 심지어 같은 시각에 발생한 동일한 전산장애여도 소비자별로 보상액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난해 4월 HTS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유가를 표기하지 못하는 전산장애를 일으킨 키움증권의 경우 개별 투자자 보상액 산정 과정에서 투자자 원성을 들은 바 있습니다. 추가 보상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산 시도 기록이 있는 투자자에 한해서만 보상이 진행되면서 또 다른 반발을 불러왔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증권사와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자금융감독규정이 전산장애를 '매매주문(로그)이 들어가지 않은 경우'로 한정짓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차상진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부 투자자들은 매매를 시도했는데 증권사에 기록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전산장애가 빈번한 상황에서 로그기록은 과연 믿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피해를 입었다 해도 사용자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거래 화면 캡처나 녹취 등 증거를 남겨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하며, 전산장애가 일어난 순간 어떤 매매주문에서 실패했는지를 캡처한 증거자료를 피해자가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차상진 변호사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전산장애가 일어나면 증권사에 전화를 하고, 증권사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시간 동안 기다린다"며 "전산장애가 일어난 그 순간을 증거로 남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 2021-01-26] 

증권사 피해보상 주먹구구식…투자자가 직접 증거 찾아야 (news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