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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SEC의 이더리움 '증권' 주장 근거와 전망

2024년 3월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가 이더리움 재단을 조사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가상자산인 ETH (이더리움)가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만으로, 이더리움에 대한 조사가 이더리움 재단을 향하고 있는지, 조사 목적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만약 XRP(리플)과 마찬가지로 SEC가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한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SEC는 왜 갑자기 이더리움의 증권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선 가능하다. BTC(비트코인) 현물 ETF 이후 비트코인의 거래량도 증가하면서,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사상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이더리움 ETF도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모른다. 따라서 SEC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물 ETF뿐만 아니라, 미국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을 상장 폐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추측도 가능하다. 이미 SEC는 코인베이스 등 미국 기반 거래소를 조사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기존 토큰들이 증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더리움이 만약 증권에 해당한다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더 이상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증권으로 분류된 토큰을 거래한 경우, 증권거래소로 취급될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의 증권성 이슈가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SEC는 "탈중앙화가 충분히 진행된 토큰은 증권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그 예씨로 비트코인을 언급했다. 실제 비트코인은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없이 불록체인 채굴 알고리즘만으로 자동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재단이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서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SEC는 탈중앙화된 토큰의 기준을 이렇게 정의했다.

 

  • 관리 및 의사 결정 책임이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분배되는 정도.
  • 단일 참여자 또는 소수의 참여자 그룹이 네트워크 또는 기본 자산의 중요한 측면을 통제하는지.
  • 합의 과정 및 거버넌스 결정에 대한 네트워크 사용자의 참여 수준.
  • 네트워크의 운영 및 거버넌스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참여자에게 접근 가능한 정도.

 

비탈릭 부테린 (Vitalik Buterin)이 주도하는 이더리움 재단에서는 이더리움의 합의 알고리즘 모델을 작업증명 (Proof of Work, PoW)에서 지분증명 (Proof of Stake, PoS)으로 변환하는 더머지 (The Merge)를 진행하였다. 이더리움이 론칭할 당시에도 스테이킹을 통한 합의 알고리즘이 언급된 바는 있다. 그러나 PoS 합의 알고리즘으로 전환된 것은 이더리움 출범 수년 이후다. 이처럼 특정한 주체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본질적인 기능 변화를 제안하고 주도하는 상황은 탈중앙화된 운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처럼 PoS 스테이킹 합의 알고리즘은 SEC의 증권성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SEC는 아래와 같은 수익 모델의 경우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 이익 기대 : 유저가 주로 다른 사람의 노력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는지.
  • 네트워크 참여 :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스테이커의 역할과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력.
  • 경제 활동 : 스테이킹 보상이 투자 수익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이더리움의 PoS 알고리즘에 의하여 스테이킹을 하는 유저는 스테이킹 및 노드 운영을 통한 채굴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Pos는 PoW와는 달리 단순 채굴이 아닌 스테이킹이 전제된 채굴이므로, 이러한 스테이킹 활동이 투자에 해당하는지, 또는 다른 사람의 노력이 요구되는지에 따라 증권성 판단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PoS 자체만으로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PoW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계약에 해당할 리스크가 높아진다 하겠다.

 

물론 이더리움이 공개된 거래소에만 유통된다는 점은 증권성 판단에 있어서 이더리움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그러나 과거에 진행한 ICO(Initial Coin Offering)에 의한 이더리움 분배, 그리고 현재 PoS 방식의 스테이킹 리워드를 통한 이더리움 분배는 SEC가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더리움이 증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더리움은 이미 비트코인 다음으로 많이 배포된 가상자산이고, 참여자의 수도 매우 많기 때문에, 충분한 탈중앙화가 이러어졌다고 주장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향후 이더리움 현물 ETF 등 금융 관련 목표 달성에 있어서는 SEC의 딴지(?)가 장애물이 될 우려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