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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2021.04.27

정부 가상화폐 대책 6개중 5개는 2017년 대책 재탕

가상 화폐 투자 광풍을 진정시키려 정부가 긴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4년 전 발표한 내용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IT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9일 내놓은 긴급 대책 6개 가운데 5개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내용과 거의 같다. 대책별 담당 부처와 대책을 설명하는 문구만 바꾼 수준이다.

◇4년 전 대책이 오히려 더 구체적

이번에 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 등 10개 부처가 ‘가상 자산 관련 불법행위 집중 단속’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대책은 6가지다. ①불법 의심 거래 분석 및 수사기관 통보 ②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 점검 ③불법 다단계·투자 사기 집중 단속 ④가상 자산 사업자 불공정 약관 시정 ⑤투자 사기·유사 수신 등 불법 정보 유통 차단 ⑥개인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즉각 조사 실시 등이다.

이번 대책은 국내에서 가상 화폐 투자 열기가 퍼지던 2017년 12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만들어 발표한 ‘가상 통화 관련 긴급 대책'과 별 차이가 없다. 당시에도 여섯 가지 대책을 내놨는데 5개가 이번 대책과 겹친다.

당시 불법 거래·범죄 수익 은닉 단속(검찰·경찰)이라고 했던 대책은 불법 의심 거래 수사기관에 통보(금융위)로 표현과 담당 부처만 달라졌다.

환치기 실태 조사(관세청, 검찰·경찰)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 점검(기재부)으로, 개인 정보 유출 사고 예방(과기부, 방통위)이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즉각 조사(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으로 변경된 수준이다.

오히려 일부 항목은 4년 전 발표한 대책이 더 구체적이고 강도가 세다. 경찰 담당인 불법 다단계 단속의 경우 2017년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공정위 소관인 불공정 약관 조사는 “4대 가상 화폐 거래소 약관 심사 후 나머지 거래소 직권 조사” 등으로 조사 범위, 순서 등을 밝혔지만, 이번 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4년이 지났는데 정부는 여전히 가상 화폐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주무부처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해야 하는 불법행위 단속만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 조치는 아예 빠져

‘투자자 보호 조치’는 이번 대책에서 사라졌다. 2017년 12월 자료에선 금융위가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이 변동성 큰 가상 화폐에 투자해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고 거래소가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며 “조속한 시일 내 입법 조치를 거쳐 투자자 보호 및 거래 투명성 확보 조치 없이는 가상 통화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고 해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부가 2017년에 대책을 발표했지만, 진전이 없었다”면서 “이런 우유부단한 입장이 가상 화폐 투자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가상 화폐 가격은 급등에 따른 경계 심리와 각국의 규제 강화 예고 등으로 급락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 가상 화폐 시가총액은 최근 열흘 새 500조원 이상 증발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6일(오전 7시) 가상 화폐 시총은 2529조원을 기록했지만 26일에는 1988조원으로 급감했다.

 

[조선일보 2021-04-27] 

URL: 정부 가상화폐 대책 6개중 5개는 2017년 대책 재탕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