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2025.05.08
'폭싹 속았수다'의 마음
변호사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는 “물심양면 안 돼서 육군장성 아들한테 내 급장 뺏기던 날”이라는 씁쓸한 대사가 나온다. 애순이는 급장 선거에서 37표로 이겼지만, 28표를 얻은 친구 아버지가 돌린 크림빵 때문에 급장 자리를 빼앗겼다. 여기서 ‘물심양면’이란 표현은 노력과 헌신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현실의 벽을 씁쓸히 드러낸다.
법정에서 만나는 가족들도 각자의 ‘크림빵 급장 사건’을 안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을 지원하며 이 현실을 절실히 느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다가 만 18세에 홀로 독립을 시작하는 청년들이다.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지원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부모의 물심양면 지원마저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이들은 시설 퇴소와 동시에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대학 진학보다 당장의 생활비가 더 급하고,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한다. 덩그러니 고립되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거나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님, 지금까지 제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어느 청년의 눈물 섞인 감사의 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양육비 청구 상담에서도 가슴 아픈 현실을 자주 만난다. 한부모 가정 10명 중 7명은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양육비는 부모의 법적 의무로, 자녀가 부양을 받을 권리가 있는 동안 부모는 이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양육비 지급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많은 가정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혼 후 가족폭력이 두려워 숨어 살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성장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재산은 다른 사람 명의로 해놓고, 돈이 없다며 양육비는 나 몰라라 해요”, “아이들에게 잘하겠다고 했던 전 남편은 양육비는커녕 연락도 끊었어요.” 이 같은 현실이 아이들에게 큰 상처와 외로움을 준다.
저출산 시대에도 여전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짐이 아니라 사랑과 축복으로 가득한 여정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법적 보호가 함께해야 한다. 가족은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든든한 존재이며, 이러한 가족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법이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가족의 생생한 모습과 목소리를 담고, 물질적 지원과 정서적 돌봄이 함께하는 ‘물심양면’의 법적 보호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5월의 따뜻한 햇살처럼 법이 모든 가족 구성원을 공평하고 따뜻하게 비추길 바란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든든한 법적 지원 속에서 미래를 꿈꾸고,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사회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서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서로의 수고와 노력을 존중하는 ‘폭싹 속았수다’의 마음처럼, 물질적 지원과 정서적 보살핌이 균형 잡힌 진정한 의미의 물심양면의 법이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법률신문 2025. 05. 07.]
URL '폭싹 속았수다'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