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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7
스테이블코인, 금융안정의 새로운 뇌관인가?
서비스 분야
변호사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이라는 이름과 달리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이 거의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내놓은 것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글로벌 금융 당국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이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에 대해 경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의 불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내포한 네 가지 잠재적 위험 요소 ▲고객예금 미보장 ▲결제수단으로서의 불완전성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 ▲거시경제적 충격 가능성을 들며,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안정성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BIS도 여름 정례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리스크를 지적했다. BIS는 29일 발간한 연차보고서 요약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을 약화시킬 가능성과 투명성 문제, 신용위험에 자본 유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각국에 우려를 나타냈다.
1. 고객예금 미보장: 예금보험 없는 위험한 게임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예금과는 달리 법적으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해 예금자보호 기능이 없어 실적 하락에 매우 취약하다. “고민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단기 자금거치나 결제를 실행할 경우 금융불안으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은행 예금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예금보험의 보호막이 없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신뢰가 흔들리면 대규모 상환 요구가 몰리는 ‘코인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2022년 테라-루나 사태에서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
2. 기술적 취약성: 블록체인의 양날의 검
스마트계약의 오류, 시스템 장애 등 블록체인 기술에 내재된 취약성과 함께, 불법성과 가명성을 활용한 사기·도난 가능성도 존재한다. 블록체인의 혁신적 기술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3. 외환 리스크: 달러 패권의 부작용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9%가 달러에 연동되어 있다. 국내에서 외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외환 결제가 증가할 경우, 자본의 국경간 이동이 통제되지 않고 자금이 유출될시 외환수지 훼손, 자국통화 신뢰도 약화 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4. 통화정책의 무력화: 중앙은행 권위에 대한 도전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은 통화정책의 관리 범위에서 확대 대응까지 유도되며, 이는 통화 신뢰성의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는 상황은 곧 국가 경제 관리 능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소단일성·소탄력성·소건전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BIS는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자산에 가까운 디지털 소지증”으로 정의하며, “화폐 시스템의 핵심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코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화폐가 아니라 일정의 증권에 가깝다는 BIS의 판단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화폐로서의 역할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규제가 없을 경우 금융상품과 통화 주권에 중대한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BIS의 지적은 전통적 화폐 시스템과의 본질적 갈등을 쓰고 있다.
안드레아 메클러 BIS 부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의 자산 투명성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는 스테이블코인들이 서로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며 “소유자나 투자자는 자산 담보의 품질에 대해 늘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담보자산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근본적 문제점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담보자산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은 사실상 ‘맹목 투자’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약 64%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며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짧은 기간 내 자산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빠르게 커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묘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국은 아직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 발행 기준, 회계·세무 처리 기준 등이 정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은 제도권 편입을 통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통화 주권 및 금융 안정, 나아가 전체적인 구조적 금융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