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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4

가상자산 과세, 거래 유형별 재설계가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가 지난 8월 22일 공개됐다. 9월 3일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도 현행 과세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가상자산소득 과세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남은 기간은 1년 4개월에 불과하지만, 가상자산소득 과세에 관한 법률 규정은 여러 거래를 처리하기에 아직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의 양도 또는 대여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연간 가상자산소득금액에서 250만 원을 기본공제한 뒤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율은 22%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단순 매매 외에도 채굴, 스테이킹, 렌딩, 에어드롭, 하드포크와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진다. 양도와 대여만을 전제로 만든 조문으로 이러한 거래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보고서는 스테이킹과 디파이 거래를 포함한 주요 쟁점을 유형별로 정리했다. 위임형 스테이킹 보상은 대여에 따른 기타소득으로, 직접 검증에 참여해 받는 보상은 계속성과 영리성에 따라 사업소득 또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디파이를 통한 대여는 자산에 대한 통제권과 실질적 소유권이 이전되는지에 따라 양도와 대여를 구별하도록 했다. 유동성 풀에 자산을 예치하고 LP 토큰을 받는 행위와 LP 토큰을 반환하고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도 각각 교환에 따른 양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과세관청의 지침을 통해 양도와 대여의 의미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지갑 간 이동이나 중앙화 거래소를 통한 대여가 법률이 과세대상으로 정한 양도 또는 대여에 해당하는지 안내하는 데에는 행정지침이 필요하다. 그러나 채굴·스테이킹 보상이나 LP 토큰의 취득처럼 과세 여부와 소득 구분이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거래를 예규나 해석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납세자로서는 세금을 예측하기 어렵고 조세법률주의에도 맞지 않는다.
 

보고서의 제안처럼 스테이킹 보상을 수령 시점에 과세하려면 “수령”의 의미도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 토큰이 지갑에 기록된 때, 인출 제한이 풀린 때, 원화로 환전한 때 가운데 어느 시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세액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00만 원 상당의 보상을 받은 직후 가격이 100만 원으로 하락하면 납세자는 원화 수입을 얻지 못한 채 1000만 원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다음 과세기간에 확정되면 앞서 낸 세금과 상계하기도 어렵다.
 

보고서의 제안대로 스테이킹 보상을 대여에서 발생한 소득으로 분류하고 이후 토큰 매각에서 발생한 손익을 양도에 따른 손익으로
구분하는 경우에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대여에서 얻은 소득과 양도손실의 통산을 허용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세금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보상의 귀속시기만 정할 것이 아니라 취득가액, 소득 구분, 같은 해의 손익통산과 다음 과세기간으로의
손실 이월까지 함께 정해야 한다. 과세표준은 소득에 붙인 명칭이 아니라 납세자의 실제 담세력에 맞아야 한다.

 

유동성 공급의 경우에는 가상자산의 예치와 LP 토큰의 반환을 각각 양도로 보아 단계마다 손익을 계산할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을 풀에 예치해 LP 토큰을 받은 다음 이를 반환하고 가상자산을 돌려받으면, 하나의 투자 과정에서 시가를 여러 차례 산정해야 한다.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LP 토큰은 시가를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다. 영국 정부는 2026년 7월 일정한 가상자산 대여와 자동화 시장조성 방식의 유동성 공급에 ‘손익 없음’ 원칙을 적용해 실제 경제적 처분이 발생할 때까지 과세를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는 2027년 4월 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결국 국회는 양도, 대여, 스테이킹 보상, 채굴 보상과 유동성 공급의 과세 여부를 법률에서 구분하여 규정해야 한다. 각 거래에서 소득이 확정되는 시점과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의 평가방법도 시행령에 명확히 위임할 필요가 있다. 행정지침은 거래소가 제출할 자료의 형식이나 신고서 작성방법을 설명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과세대상 자체를 정하는 역할까지 행정지침에 맡겨서는 안 된다.
 

손실 처리와 취득가액 자료도 시행 전에 정비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과 거래 빈도를 고려하면 연도별 손익통산만 허용하고 손실 이월을 막는 현행 규정은 실제 소득보다 많은 세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2026년도 세제개정대강은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전제로 등록부에 등재된 일정한 가상자산의 양도소득에 20%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손실은 3년간 이월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월기간은 입법정책에 따라 정할 수 있지만, 손실 이월을 인정하는 원칙은 법률에 포함하는 편이 타당하다. 국내 거래소 사이에서 취득가액 자료를 이전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만들고,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검증 가능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신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제적인 자료교환만으로 모든 거래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ARF)에 따른 국가 간 정보교환은 2027년 시작될 예정이지만, 사업자를 통하지 않는 개인 간 거래나 보고의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탈중앙화 거래에는 자료 확보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제액을 올리면 소액 투자자의 신고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의 과세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문제까지 해결되지는 않는다. 거래자료를 확보하더라도 거래의 법적 성격과 손익 계산 기준이 정해지지 않으면 신고에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에 시행하려면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과 손실 처리 방법을 법률에 먼저 마련하여 납세자가 실제 거래기록만으로 소득과 세액을 계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출처 : https://www.decenter.kr/article/20087117?ref=naver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