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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적 쟁점과 향후 과제

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2027년 1월 1일로 2년 유 예하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법적 논의가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이번 유예안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등 업계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 로 보이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법적 쟁점들이 남아있다.

 

1. 과세 기준과 방식의 적절성

현재 제안된 250만 원 이하 소득 비과세, 20% 세율 적용 방안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새롭게 제안한 취득가액 산정 방식, 즉 실제 취득가 액 확인이 곤란한 경우 양도가액의 최대 50%를 취득가액으로 의제하는 방법은 다음 과 같은 법적 쟁점을 야기한다:

 

a) 취득가액 의제 비율의 적절성: 50%라는 고정 비율이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지, 이로 인해 실제 소득보다 과도한 과세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시장 상황에 따라 이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b) '취득가액 확인이 곤란한 경우'의 판단 기준: 이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법적 기 준 마련이 시급하다. 취득가액 확인 곤란에 대한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떤 경우에 실제 취득가액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c) 납세자의 권리 보호: 납세자가 실제 취득가액을 입증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 의제 취득가액 적용에 대한 이의제기 권리 등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2. 국제 거래에 대한 과세

가상자산 거래의 초국경적 특성으로 인해 국제 거래에 대한 과세 문제는 복잡한 법적 쟁점을 야기한다. 주 요 쟁점을 더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과세관할권 결정:

  • 거주지주의 vs 원천지주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투자자의 거주지국에서 과세할지, 소득이 발생한 국 가에서 과세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각국의 조세주권과 직결되는 문제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 거래소 소재지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의 물리적 위치나 서버 위치를 기준으로 과세권을 결정할 경우, 조 세회피를 위한 거래소의 해외 이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실질적 관리 장소: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실질적 관리 장소'를 어떻게 정의하고 판단할지에 대한 새로운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 복수 관할권 문제: 여러 국가가 동시에 과세권을 주장할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국제적 중재 메커니 즘 구축이 필요하다.

 

b) 이중과세 방지:

  • 기존 조세조약 개정: 현행 조세조약에 가상자산 거래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의 정의, 소득의 성격 등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 새로운 다자간 협약: OECD의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와 유사하게, 가상 자산에 특화된 다자간 조세협약 체결을 고려해볼 수 있다.
  • 외국납부세액공제: 국제 거래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의 복잡성을 고려한 새로운 공제 산정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 조세조약 남용 방지: 조세조약 쇼핑 등을 통한 부당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c) 국제적 정보 교환:

  • 정보교환협정 체결: 가상자산 거래 정보 교환을 위한 국가 간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조세정 보자동교환 체계(CRS)를 확장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교환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EU의 GDPR 과 같은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규정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 기술적 표준화: 국가 간 정보 교환을 위한 기술적 표준과 프로토콜 개발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 용한 안전하고 투명한 정보 교환 시스템 구축도 검토해볼 만하다.
  • 실시간 정보 교환: 가상자산 거래의 신속성을 고려할 때, 실시간 또는 준실시간 정보 교환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d) 조세회피 방지:

  • 실질과세 원칙 적용: 국제 거래의 실질에 따른 과세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을 이용한 복잡한 국제 거래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 조세회피처 대응: 저세율 국가나 조세정보 교환을 거부하는 국가를 통한 조세회피에 대응하는 법적 장 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과세제도(CFC rule)를 가상자산 거래에 맞게 수정*보완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 보고의무 강화: 국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납세자의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상의 해외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의무적 신고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할 수 있다.
  • 제3자 신고의무: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 제공업체 등 제3자에게도 일정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소득의 성격과 분류

현행법은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거래 의 성격을 고려할 때 양도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 또는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보아 금융투자소득 으로 분류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4. 과세형평성 문제

가상자산 과세가 주식, 채권 등 기존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의 과세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는 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과세 기준금액 및 세율의 적정성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5. 소급과세 금지 원칙과의 충돌

2027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법이 그 이전에 취득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적용될 경우, 소급과세 금 지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

 

결론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당면한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법적 쟁 점들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유예 기간 동안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법적 검토가 이루어져 야 할 것이다.

 

특히 6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이해관계와 급변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유연하면서도 명확한 법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쟁점들이 충분히 검토되어, 공정하고 효율적인 과세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가상자산 시장의 빠른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일회성 법 개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법적 검토, 그리고 필요시 신속한 법 개정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